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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천 칼럼]불로소득주의를 넘어, 공공이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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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7회 작성일 24-04-29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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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한 번역작업이 완성된 무렵에야 나는 저자에게 메일을 보내 <불로소득자본주의 시대>의 한국어판 서문을 요청했다. 브렛 크리스토퍼스는 대단히 친절한 사람이었다. 메일을 보낸 다음날 바로 답신이 왔는데 저자서문까지 함께 보내왔다. 번역서 저자서문 때문에 고생을 바가지로 하고도 끝내 서문을 받지 못한 경험을 가진 나로서는 너무 뜻밖이고 고마운 일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분량이 너무 짧고 간명했다. 하룻밤에 쓴 서문이니 충분히 이해할 만했다. 이 서문으로 끝내야 하나 다시 요청해야 하나 생각이 복잡했다. 출간된 책에 수록된 저자서문은 결국 내가 욕심을 이기지 못해 재요청을 한 결과 ‘얻어낸’ 서문이다. <불로소득자본주의 시대>는 사실 여러모로 읽기 쉽지는 않은 책인데, 최종 저자서문은 안내 글로 손색이 없다. 서문에서 저자는 불로소득주의로의 타락, 즉 자본의 생산적 기능마저 저버린 지대추출자본(rentier capital)의 논리가 역사적 자본주의의 본성에 내재해 있고 따라서 영국의 어두운 이야기가 곧 한국이야기가 될 수도 있음을 잘 말해주고 있다.
크리스토퍼스는 매우 열정적인 학자다. 그는 현대 마르크스경제학 발전의 새 지평을 연 데이비드 하비의 후속세대 학자로서 기본선에서 하비의 성취 위에 서 있지만 적어도 두 가지 점에서 하비와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첫째, 하비는 예민한 감수성으로 마르크스의 시야 밖에 있는 지대추출자본의 세계에 대해 주목하면서도 나름의 약점을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반면 크리스토퍼스는 그 한계를 벗어던지고 아예 불로소득자본주의론을 새롭게 구성하는 길로 나아갔다. 이는 하비가 미처 하지 못한 작업으로 하비의 ‘내파’(內破)가 일어난 모양새다. 둘째, 사람들은 하비의 창조적 자본론해석과 박탈을 통한 축적 등 예리한 신자유주의 비판에 경탄한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제도적 다양성론이 미약하고 복잡한 전환과정 및 전환역량 문제를 건너뛰는 것에 답답해한다. 반면 크리스토퍼스는 더 땅으로, 전환적 제도론으로 내려온다. 우리는 그에게서 좀 더 손에 잡히는 제도적,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제도주의 정치경제학자의 면모를 보며 이 대목에서 사람들의 갈증에 응답한다. 이는 인스타 한국인 팔로워 포스트불로소득자본주의로 가는 4가지 대안정책 패키지(반독점 경쟁정책, 조세정의정책, 복지·생태와 선순환하는 산업정책, 자산소유구조의 재편정책)에서 잘 볼 수 있다. 이 복합적 대안정책 구색은 진보적 자유주의와도 공유점을 갖고 있지만 주로 조세정책에 집중한 피케티와는 결을 달리한다.
그런데 <불로소득자본주의 시대>는 자산과 지대 유형을 중심으로 짜여 있는 책이라 자칫 놓칠 수도 있지만 크리스토퍼스는 우리 시대 불로소득주의 문제를 일관되게 공공성의 파괴와 내일의 공공국가 재창조라는 관점에서 사고한다. 일관되게 국공유자산과 커먼즈의 확장, 공공협력, 거버넌스의 개선과 민주적 통제를 추구한다. 바로 이런 지향이 <불로소득자본주의 시대>뿐만 아니라, 그의 다른 저서들 <뉴인클로저> <포트폴리오에 담긴 우리의 삶> <가격은 틀렸다-자본주의는 왜 지구를 구하지 못할까> 등을 관통한다. 특히 에너지 전환문제에 개입한 마지막 저서는 큰 반향을 얻고 있고 국내 공공재생에너지 논의와도 공명한다.
윤석열 리스크와 ‘미완의 부활’ 조국
배신의 정치와 이재명 리스크
돈의 분열증, 부동산과 금융의 공생
저자는 통념과는 매우 다른 주장을 한다. 좌파의 지배적 통념에 따르면 자본주의는 본성상 반생태적이다, 따라서 기후생태위기를 극복하려면 자본주의를 넘어서야 한다는 논리다. 또 다른 통념은 재생에너지 가격이 하락하면 에너지전환이 원활해지므로 민간기업에 대한 정부보조금이 전환해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크리스토퍼스의 생각은 다르다. 문제의 핵심은 비용 문턱이 아니라 수익성 문턱, 또는 이윤 문턱이다. 비용문제를 넘어, 여타사업에 견주어 좋은 돈벌이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사기업투자+정부보조금 틀의 근본한계다. 저자에 따르면 국가만이 재생에너지투자를 빠르게 늘릴 재정수단과 물류 및 행정 능력을 모두 갖고 있으므로 국가가 재생에너지 인프라의 소유와 통제에 기반해 전환을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폴라니의 통찰에 따라 노동, 토지, 화폐만이 아니라 전기도 허구적 상품화를 탈피해 탈상품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윤석열 정부 아래 전방위적인 퇴행이 일어났는데 제정신 있는 선진국 정부치고 한국처럼 정부가 긴축재정 기조를 고수하고 사기업과 시장에 맡기면 대전환기를 헤쳐나갈 수 있을 것처럼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나라는 없다. 정부가 앞장서서 대규모 공공투자를 실행하면서 에너지전환과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창조하려고 나선다. 공동투자를 주도해 주저하는 민간투자도 유도한다. 크리스토퍼스는 이런 방식조차 허점을 갖고 있다고 짚는다. 한국은 정말 갈 길이 멀다.
[주간경향] ‘삼성생명법(보험업법 개정안)’이 오는 5월 말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될 운명에 처했다. 4년 전 21대 국회 개원 후, 박용진·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쟁적으로 일명 삼성생명법을 각각 발의했다. 보험회사의 자산 재무제표상 가액에서 채권·주식의 소유금액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를 기준으로 하는 보험업법 제106조 개정안이다. 시가를 기준으로 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20조원대의 삼성전자 소유 주식을 강제매각해야 한다. 현행 보험업법상 보험사는 대주주 또는 계열사의 유가증권을 총자산의 3% 이내로만 소유할 수 있다. ‘이재용 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삼성전자 지배체제에서 한 축을 허물 수도 있어 상징적인 재벌개혁 법안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2022년 11월 22일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1소위에서 논의된 뒤 더 이상 주목을 받지 못했고 결국 사라지게 됐다.
22대 국회에서 과연 이 법안의 불씨가 되살아날 수 있을까. 우선 박용진·이용우 두 의원이 22대 국회에 등원하지 못함에 따라 재발의 가능성은 매우 낮아졌다. 박 의원은 대표적인 ‘비명’(비이재명계)으로, 서울 강북을 당내 경선에서 낙마했다. 이 의원 역시 당내 경선에서 패배했다. 19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삼성생명법을 발의한 이종걸 전 민주당 의원도 이번 총선에서 서울 종로에 출사표를 냈으나 공천을 받지 못했다.
삼성그룹 ‘역린’ 건드리는 법안
삼성생명법은 19대 국회에서 이종걸 의원이, 20대 국회에서 이종걸·박용진 의원이, 21대 국회에서 박용진·이용우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삼성그룹의 ‘역린’을 건드리는 법안이라는 점에서 발의 자체가 매우 민감한 사안이 돼왔다. 이 법안의 구체적인 조항을 다듬은 김성영 보좌관(이용우 의원실)은 ‘이종걸 의원실→박용진 의원실→이용우 의원실’로 옮기는 동안 ‘삼성 킬러 보좌관’으로 세간에 알려졌다. 김 보좌관이 ‘22대 국회에서 과연 민주당 정무위 소속 의원의 보좌진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라는 점도 관심을 끌고 있다. 어느 의원실로 간다는 자체가 바로 ‘삼성생명법 발의’와 직결돼왔기 때문이다. 김 보좌관은 지난 19대 국회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한 차례 좋은 기회가 있었지만 당시 박대동 전 의원(새누리당)이 거세게 반대해 이뤄지지 못했고, 21대 국회에서도 법안 소위에 올랐지만 통과되는 분위기는 전혀 아니었고 거의 형식적이었다고 아쉬워했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 주식이 대량 매물로 나오면 대혼란을 가져온다는 논리를 내세워 반대한다. 김 보좌관은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이 자사주를 사는 방식으로 시장 대혼란을 피할 방법이 따로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보좌관은 이용우 의원이 (21대 국회에서) 발의한 법안은 ‘삼성생명법1’로 기존의 이종걸 전 의원이 낸 법안과 거의 비슷하지만, 박용진 의원 발의법은 ‘삼성생명법2’로 보유 주식 판매 후 차익을 나누는 방법이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의 유배당 보험계약자에게 이익이 돌아가게 하는 방식인데, 현행법은 이들 계약자가 아니라 주주들에게 유리하게 돼 있다.
시민단체, 김남근 당선인에 기대
이 법안이 마지막으로 논의된, 2년 전 법안소위 회의록을 보면 왜 통과가 힘든지 잘 드러나 있다. 이 소위에서 박용진·이용우 의원이 법안 통과를 주장했으나, 김희곤·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반대하고 나섰다. 당시 박 의원은 역대 금융위원장들이 이 사안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고 했는데 삼성생명은 금융위로부터 어떠한 권고와 충고도 조언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국정감사 때 얘기했다며 금융위를 비판했다. 반대에 나선 김희곤 의원은 영향을 받는 회사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뿐인데, 굳이 입법을 해서 두 회사를 불법화하는 법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결국 김종민 소위위원장은 이것을 그냥 무작정 묻어 놓고 가는 것은 우리 자본시장의 투명성·공정성·선진화를 인스타 한국인 팔로워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고 삼성그룹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공론화 필요성만 언급한 채 정회해 버렸다. 21대 국회에서 ‘삼성생명법’의 필요성만 확인한 것이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폐기 위기에 처한 재벌 관련 개혁법은 더 있다. 박용진 의원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인적 분할 시 자사주 배정 금지), 이용우 의원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이사충실 의무 강화, 양도제한조건부 주식 제도) 등이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시민단체에서는 재벌개혁 공약이 거의 없음을 지적한 바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4월 3일 ‘22대 총선 공약 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지난 총선과 달리 재벌 공약이 실종됐다고 지적했다. 대부분 소수주주 권익보호 공약으로 대체됐다고 평가한 것이다.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국장은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국민의힘은 그렇다 치더라도 민주당에서조차 재벌 공약을 내놓지 않았다면서 재벌경제 집중 현상은 더 심각해졌는데, 정치권의 이슈는 오히려 개발 공약을 남발해 포퓰리즘에 치우쳤다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22대 국회의 경제 분야 정책과제로 ‘재벌 출자구조개혁과 징벌 배상제 도입’, ‘재벌 황제경영 및 사익 편취 근절을 위한 소수주주동의제 도입’, ‘양극화와 불평등 해소를 위한 법인세와 상속세 등 세제개혁’을 제안했다.
재벌개혁을 주장하는 시민단체들은 서울 성북을 지역구에서 당선된 김남근 민주당 당선인(변호사, 민변·참여연대 출신)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김 당선인은 재벌 집단의 지배구조 문제와 일감 몰아주기 등에 대한 재벌개혁과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스튜어드십 코드, ESG경영 등을 면밀히 살펴보려고 한다면서 21대국회 의원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도 이들 의원(박용진·이용우)과 상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법에 대해 김 당선인은 삼성만을 위한 특혜입법인 이 법안의 개정이 그냥 이슈 파이팅으로 그치게 해서는 안 된다면서 국회 정무위에서 동료 의원들을 설득해 개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서울예수> <마리아와 여인숙> 등을 연출한 선우완 감독이 별세했다. 향년 76세.
26일 영화계에 따르면 선우 감독은 이날 새벽 경기 오산시의 한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고인은 암 투병 중이었다.
1948년 부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중앙대 연극영화학과를 졸업하고 1975년 최하원 감독의 <진짜 산나이>에 참여하면서 영화계에 발을 디뎠다. 1983년 <신입사원 얄개>로 감독데뷔를 했다.
이후 방송국 PD로 활동하면서 MBC 베스트극장 ‘즐거운 우리들의 천국’, ‘초록빛 모자’, ‘세발자전거’ 등 단막극 20여편과 미니시리즈 <완장>, <남편의 여자>, <우리들의 넝쿨> 등을 제작했다. 1988년엔 올림픽 특집 사극 <춘향전>, <배비장전>, <심청전> 등을 만들기도 했다. 이미지 중심의 영상에 힘을 실은 그의 연출력이 주목을 끌어 <배비장전>은 1989년 제1회 영상음반 대상 감독상, <남편의 여자>는 1992년 백상예술대상 작품상을 수상했다.
고인의 두 번째 영화 연출작은 장선우 감독과 함께 연출한 <서울예수>(1986)다. 정신병 환자가 타락의 도시인 서울에 불의 심판이 내려질 거라고 주장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블랙코미디로, 노골적인 사회비판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며 개봉 불가 판정을 받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극장개봉이 무산되고 비디오로 출시될 때 종교계의 반발로 <서울황제>라는 제목으로 수정되기도 했다.
이어 <모래성>(1989), <피와 불>(1991), <마리아와 여인숙>(1997) 등을 발표하며 진지한 주제의식과 영상미를 고루 갖춘 감독으로 평가받았다. 분단의 아픔을 그려낸 <피와 불>로 고인은 아시아태평양영화제 각본상을 받았다.
그의 네 번째 영화 <마리아와 여인숙>은 배우 심혜진과 신현준이 주연을 맡아 여인숙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인간들의 본능과 욕망, 음모를 이 사회의 축소판처럼 그려냈다. 황량한 바닷가의 이미지, 사계절 변화를 생생히 잡아내 세련된 화면을 연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장례식장이고, 발인은 28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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